김하성의 속을 그렇게 뒤집어놓더니…인과응보, 뿌린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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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가 베테랑 포수 말을 들은 척 만 척
스프링캠프 첫 날이다. 몇 달 만이다. 서로 인사하기 바쁘다. 새 얼굴도 보인다. 꿈에 부푼 루키들이다. 그 중 하나다. 유난히 심각한 표정이 있다. “이봐, 긴장 풀어.” 선배들이 다독인다.
불펜도 오랜만이다. 처음이니 합을 맞추는 정도다. 하지만 심각이는 다르다. 곧바로 급발진이다. 120%로 엔진을 돌린다. “너 그러다 탈 난다. 적당히 해. 일단 패스트볼로 영점 잡고, 변화구는 그 다음에 천천히 맞춰가자.” 고참 포수가 노하우를 알려준다.
하지만 괜한 친절이다. “네.” 루키의 대답은 건성이다. 결국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 버린다. 둘 사이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2012년 D백스의 캠프 때 벌어진 일이다. 심각이는 21살 시절의 트레버 바우어다. 고참 포수가 미겔 몬테로(당시 29세)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말을 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대답에도 성의가 없구요. 캠프 첫 날부터 100개를 전력투구 하더라구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다 써가면서요. 받는 내가 힘들 지경이었죠.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입으로만 ‘예스’라는 거예요. 그 다음 날도 똑같이 하더라구요.” (미겔 몬테로)
둘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부딪혔다. 몬테로 만이 아니다. 클럽하우스 안에서는 마찰이 잦았다. 잘 섞이지 못하는 루키 탓이었다. 결국 1년을 못 넘겼다. 구단은 트레이드를 택했다. 삐딱이의 행선지는 클리블랜드였다. 추신수가 포함된 3각 딜이었다. 사이닝 보너스만 300만 달러다. 그런 1지명 투수를 곧바로 내보냈다. 이 사실 자체가 무척 이례적이다. 그만큼 골치 아팠다는 말이다.
골칫덩이는 이적 직후 랩 하나를 녹음한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니가 뭘 알아(You Don't Know Me)’. 가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 괜한 소문에 많은 것을 잃겠지 / 그건 모두 팬들에게 돌아갈 거야 / 아무 것도 받은 게 없어 / 넌 마스크 뒤에 숨어 버렸지 / 넌 고양이 게임의 쥐일 뿐이야.’ 대충 이런 내용이다. 디스의 대상은 뻔하다. 물론 원곡자는 부인한다.
랩 정도는 애교다. 발언도 문제였다. 몬테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은 참 좋은 나라예요. 누구든 말하는 자유가 있잖아요. 이런 나라에 사는 게 다행이죠. 그 자유를 찾아온 이민자들에게 감사해요.” 베네수엘라 출신 포수를 겨냥한 말이다. 차별적인 발언이다. 교묘한 반어법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김하성의 2년전 언짢은 기억
2년 전 3월이다. 애리조나 캠프 시범경기 때다. 파드리스의 유격수가 파릇하다. 루키 김하성이 5번 타자로 라인업에 올랐다. 1회부터 기회가 생긴다. 2사 2, 3루의 득점권이다. 초구, 2구. 과감하고 적극적이다. 매서운 스윙이다. 하지만 연신 강풍기만 돌린다. 그리고 3구째. 이번엔 변화구다. 마중나간 배트는 맥이 빠진다. 3구 삼진. 완전히 스타일 구겼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못 쳐서 그런 걸 어쩌겠나. 다음이 문제다. 투수의 퍼포먼스다. 위기 탈출의 기쁨은 이해한다. 그런데 동작이 이상하다. 한쪽 눈을 감는다. 마치 윙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타자를 향해서다. “나 한쪽 눈만 뜨고 던졌어.” 그런 얘기다.
이거 꽤 민감한 행동이다. 동양인과 눈을 연결하는 건 오해를 부를 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 한 명이 이를 언급한다. 블레이크 해리스라는 인물이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트루 블루’ 소속이다. 그는 SNS에 '인종주의자 제스처(racist gesture)'라는 표현을 썼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당사자의 해명이 나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 같은 것이다. 불편한 상황을 부여하고, 그걸 극복해가는 걸 즐긴다. 봄이면 가끔 하는 일이다. 훈련 중에 한쪽이 가려진 안경을 쓰기도 한다. 제구력을 얻는 데 도움된다. 마치 총이나 활을 겨냥하는 느낌이다. 실전에서는 오늘이 처음이다. 약간 흥분된 기분이었다.”
그의 특기다. 문제를 일으키고 늘 오리발이다. ‘그게 아닌데?’ 또는 ‘내가 언제?’ 그런 식이다. 뭐, 좋다. 차별의 퍼포먼스는 아니라고 치자. 하지만 타자를 향한 동작이었다.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다. 조롱이 담겼다. 거친 캐릭터라면 당장 마운드로 달려갈 일이다. USA투데이가 이런 제목을 달았다. ‘트레버 바우어 체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인터뷰가 떠오른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삐딱이의 대화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가 잘 하는 게 있어요. 딱 두 가지죠. 하나는 공 던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남의 속을 뒤집는 것이예요.”
팀을 떠날 때마다 시끌시끌
그는 수재에 가깝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다. 평점(GPA)이 4.8(5.0 만점)이나 된다. UCLA에서도 우수했다. 기계공학 전공이다. 유명한 사건(손가락 부상)을 일으킨 드론도 직접 제작한 것이다. 야구에 대한 학구열도 못 말린다. 각종 아카데미를 섭렵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클럽하우스와 마운드에서의 문제다. 동료나 상대와 부딪히는 게 일상이다. 팀을 떠날 때마다 시끄럽다. D백스 포수 몬테로와 사건이 일례다. UCLA 동기동창 게릿 콜과도 앙숙이다. 사사건건 트집 잡고, 헐뜯는다. 물론 시비 거는 쪽은 늘 일정하다.
클리블랜드 시절도 그랬다. 감독이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그러자 마운드에서 혼자 폭발한다. 공을 중견수 뒤로 날려보낸 것이다. 테리 프랑코나(감독)가 그냥 넘어갈 리 없다. F-워드를 한바탕 쏟아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 31일) 이틀 전이었다. 결국 신시내티로 쫓겨났다.
최근 징계를 당한 사건도 그렇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사건 내용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목 조름, 질식, 주먹 가격, 의식 불명, 강압 같은 단어들이 포함됐다. 뉴욕포스트는 경찰에 제출된 여성의 사진을 공개했다. 얼굴 여기저기 피멍과 상처가 역력하다. (바우어 측은 합의에 의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졸렬함을 응징하는 동양의 가르침
며칠 전이다. 애틀랜타에서 팬 페스트가 열렸다.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이 참석했다. 한 기자가 떠도는 풍문에 대해 물었다. ‘추가 영입할 계획이 있나요? 혹시 바우어 같은 투수를?’ 그러면서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감독은 딱 한 마디로 잘랐다. “아니요.” 전달된 마이크는 아예 잡지도 않았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단호함이다. 너무 순식간이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지켜보던 팬들이 일제히 환호한다. 커다란 갈채와 함께.
원소속팀 다저스는 이미 몇 주 전에 포기했다. 지명할당(DFA)을 거쳐 방출시켰다. 그래도 올해 연봉은 줘야 한다. 2250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했다.
누군가 72만 달러만 주면 된다. 그럼 32세의 사이영상 투수를 데려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는 벌써 깨달았다. 바로 그 2년 전 일이다. 김하성의 도전이 시작될 무렵이다. 그런 루키에게 외눈 피칭을 뽐냈다. 그 따위 졸렬함, 천박함에 대한 꾸짖음이다. 동양의 높은 가르침이 담겼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자업자득…. 뿌린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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